전체 글 (4) 썸네일형 리스트형 Holiday Maker @그랜드라파호텔, MACAU 전날 저녁,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베이커리로 내려가 산 아침거리들. 세라두라와 아몬드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 그리고 친구가 챙겨준 런던 블루베리 블리스 티. 고온의 물을 잔에 붓는 순간 블루베리의 평온한 향과 색이 사방에 퍼졌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것은 아몬드크림이었다. 차가운 아몬드크림의 풍미가 녹아들었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맛있어. 아몬드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내 기분때문인가. 언젠가 읽었던 홍콩소설에서 주인공이 친구에게 직접 끓여주었던 '따뜻한 아몬드주스'가 생각났고, 싱거운 아몬드주스가 마시고 싶어졌다. 아몬드주스가 혓바닥 위를 굴렀다. 비단 손수건이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져 떨어지듯 매끄러웠다. 알겠다. 인인은 아몬드주스에 설탕을 덜 넣었다. 아몬드주스는 아주 잘 만들어졌지.. FILM<1987> 시대를 헤쳐간 그들의 숭고한 인생에 경배를 2017년의 마지막 영화로 .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한참 올라가는데 만석이었던 극장안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 무거운 공기의 침묵은 거의 생애 처음 경험해보는 극장의 분위기였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87년의 6월 항쟁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맥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호헌철폐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깨어지지 않는 견고하고 높은 권력의 벽에 대항하여 싸웠으며수많은 소중한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민주주의의 역사 속 아픈 그 장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었다. 반성하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고 본받고 싶었다. 눈물을 머금은 강동원 배우님이 무대인사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출연했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빚.. 가을 한가운데 @롯데시티호텔, 대전 나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이름, 대전. 이웃집 103호 할머니, 어렸을 적 뛰어놀던 뒷마당, 백구와 곶감, 외숙모 방에 있던 바로크풍의 드레스를 입은 도자기 인형, 집 앞 슈퍼, 정각마다 근엄한 소리를 내며 울리던 괘종시계. 떠올리기만 해도 정겨운 내 고향. 아름다운 도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체크인 시간이 지나서야, 대전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로비로 올라갔다 - Parking Fee는 무료. 주차시간도 자유롭다. 체크아웃한 이후에도 그 날 이내로 출차하면 된다 -. 멀끔한 남직원이 "더블룸으로 예약하셨는데 트리플룸으로 룸 업그레이드를 해드릴까요?" 하고 묻길래 얼른 급방긋하며 "감사합니다!" 하고 외쳤다. 오늘 진짜 운좋다. 배정받은 층은 16층. 슈퍼싱글베드 세개가 들어차있는.. 밤 21:02PM @노스포인트, 홍콩 밤, 밤이 되었다. 해지는 바닷가를 보며 호텔방에 앉아있다가 홀린듯이 길을 나섰다. 지난번에 봐두었던 노스포인트 퀸즈카페에 갈까, 생각을 했더니 딱히 무거운 무엇이 먹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웬만한 차찬탱을 제외하고는 음식점들이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그냥 근처 큰 마트에 가서 맥주를 사다 마셔야지-라고 정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호텔 문 밖을 나서자마자 훅-하고 폐부로 공기가 달려온다. 솥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것 같이 축축하고 따뜻한 홍콩의 숨. 거긴 날씨가 어때? 며칠전 심심하던 찰나에 친구가 낮에 보낸 메시지. 서울은 하늘이 높고 바람이 쌀쌀해. 우와 너무 부럽다. 친구의 메시지를 보며 내가 4계절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기를 잠시동안, 바랐다. 봄과 가을을 드래그해서 길게 늘일 수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