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이름, 대전. 이웃집 103호 할머니, 어렸을 적 뛰어놀던 뒷마당, 백구와 곶감, 외숙모 방에 있던 바로크풍의 드레스를 입은 도자기 인형, 집 앞 슈퍼, 정각마다 근엄한 소리를 내며 울리던 괘종시계. 떠올리기만 해도 정겨운 내 고향. 아름다운 도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체크인 시간이 지나서야, 대전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로비로 올라갔다 - Parking Fee는 무료. 주차시간도 자유롭다. 체크아웃한 이후에도 그 날 이내로 출차하면 된다 -. 멀끔한 남직원이 "더블룸으로 예약하셨는데 트리플룸으로 룸 업그레이드를 해드릴까요?" 하고 묻길래 얼른 급방긋하며 "감사합니다!" 하고 외쳤다. 오늘 진짜 운좋다. 배정받은 층은 16층. 슈퍼싱글베드 세개가 들어차있는 트리플룸은 간결하고 실용적이며 깔끔하고 아늑했다.
베드는 적당히 푹신하고 안락했지만 열이 많아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이불의 무게감이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칠링한 와인처럼 날씨도 쌀쌀하고 화창하고 맑아서 기분도 좋았는데 트리플로 업그레이드 되는 행운이 있다니. 좋다. 너무 좋다. 들어가자마자 대자로 누웠다가, 빙그르르 굴렀다가, 난리를 쳤다. 내 몸은 한갠데 어떻게 유용하게 베드를 이용할 수 있을까 - 생각하다가 밤에는 대각선으로 잠을 청하기로 생각을 굳혔다.
아직 디테일한 계획이 없는데 어디먼저 가는게 좋을까.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마치 낯선 도시처럼 여행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복잡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일단 시장을 다녀와야지.
타월 재질의 가운은 세 벌 준비되어 있었다. 특유의 까끌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만졌다가, 다시 놨다가, 만지작. 욕조는 아마 전 객실에 동일하게 준비되어 있는 듯 하고, 세면대는 넓고 깔끔해서 만족스러웠다. 천연 유기농 원료로 만든다는 영국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트의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는데 특히 얼그레이와 베르가못향이 은은하게 나는 바디워시가 맘에 꼭 들었다.
침대 끄트머리 부분에 책상도 아주 유용하게 썼다. 나무 덮개를 열면 USB포트와 콘센트가 나오는데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편리했다. 나선형의 심플한 의자는 의외로 몸에 착 맞아서 꽤 오래 앉아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TJB 방송국과 갑천 VIEW. 갑천이 보이지 않는 룸도 있다던데 이것 역시 행운. 특별한 경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늘과 날씨가 한 눈에 보이도록 탁 트인점이 맘에 들었다. 창문을 열 수도 있어서 환기를 한참 시켰다. 맞은편 대전컨벤션센터에는 성심당 DCC점도 새로 오픈해서 길만 건너면 브런치로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최고의 강점! 시내 번화가와 거리가 있어서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전철은 다니지 않아도 버스가 방송국 앞으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20분 내외로 충대앞이나 유성, 둔산동, 시청 앞으로 나가기에 좋다. 물론 차가 있으면 어떤것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나는 이 근처가 한산하고 한밭수목원, 갑천, 엑스포 과학공원과도 가깝고 맘에 쏙 들었다.
기분좋은 대전여행 시작. @nats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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