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1987> 시대를 헤쳐간 그들의 숭고한 인생에 경배를
2017년의 마지막 영화로 <1987>.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한참 올라가는데 만석이었던 극장안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 무거운 공기의 침묵은 거의 생애 처음 경험해보는 극장의 분위기였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87년의 6월 항쟁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맥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호헌철폐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깨어지지 않는 견고하고 높은 권력의 벽에 대항하여 싸웠으며수많은 소중한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민주주의의 역사 속 아픈 그 장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었다.
반성하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고 본받고 싶었다.
눈물을 머금은 강동원 배우님이 무대인사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출연했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빚을 갚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고 마음에 새겼다.
독재를 불식시킬 끝이 보이지 않는데도 모두가 연대하여 끊임없이 싸워나가야만 했던 그 이유를 영화안에서 만났고 그 안에 오늘날 광화문에 서 있었던 우리를 만난 러닝타임 129분이었다.
(일월 현재 4백만 관객이상이 영화를 봤고 이미 많이 스포가 되었지만) 영화는 마치 보물찾기처럼 포스터에 나오지 않은 숨어있는 명배우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매 씬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 자체가 한명 한명의 삶이 얽혀 스토리를 구성해 나가기 때문에 영화의 얼개가 조직적으로 탄탄해서 모든 배우가 주연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라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 스스로가 나이가 좀 더 들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어느샌가 모든 인물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감당이 되고, 감정이입이 되더라. 그것도 개인적으로는 신기했던 부분.
섬세한 장준환 감독의 연출력이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았고, '아름다움'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특별히 미쟝센에 신경을 쓴 세심한 부분들이 느껴져서 정말 너무 좋았다. 김윤석 배우님의 스테인드 글라스씬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 또한 단 한 사람도 빈틈이 없이 채워준 엄청난 연기력과 몰입도에 감탄....!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쓰러져 간 이 땅위에서 살고 있는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그들에게 깊이 감사하며,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지키기위해 인생을 할애할 가치가 있다는 다짐과 확신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위대한 영화였다. 위대한 영화란 이런 영화를 칭하기 위한 찬사가 분명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대를 헤쳐간 그들의 숭고한 인생에 경배를. 극장에서 다시 봐야겠다. @natsuta
별 10/10 ★★★★★ ★★★★★